90년대 초, 명절만 되면 대구에 있는 삼촌이 오기를 기다렸었다. 아니 사실 삼촌을 기다린게 아니라 삼촌이 빌려올 비디오 테잎을 기다렸었다. 집에 비디오 플레이어는 있었으나 읍내까지 교통편이 불편하고 그때 당시 대여료도 만만찮았기 때문에 특별한 날에만 비디오를 빌려볼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 추석, 만화 영화 한편을 빌려 오셨다. 제목은 '기동전사 건담 F91' 상하 두편으로 나눠진 만화 영화 건담의 한국어 더빙판이었다. 사실 만화의 스토리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러나 마지막 엔딩이 인상 깊었고 그때 들려 오는 노래가 정말 좋았었다. '빛나는 바람 속에서 들려오는 당신의 목소리 아름다운 빛을 잃지마라. 영원히 그 밝은 빛만을 믿고 있어요.' 비디오는 추석 연휴가 지나면 반납을 해야 하기 때문에 엔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