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명된 사실 - 이산화
- My Experience/책 나라
- 2019. 8. 9.
이산화 작가의 SF 단편집인 증명된 사실은 총 12개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그 중 두번째 이야기인 '증명된 사실'은 2018 한국 SF어워드 우수상을 받은, 지금의 이산화 작가를 있게 해준 작품이라고 한다.
줄거리는 이렇다.(스포, 결말 포함)
주인공인 나는 수상한 연구소에 취직을 하게 된다. 산속에 있는 이 연구소는 영혼에 대한 연구를 하는 곳이며 부자들의 기부를 받아 운영이 되고 있다고 한다. 부자들의 죽음 뒤, 사후 세계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해 주기 위해 존재하는 연구소이다.
이 연구소에서는 이미 영혼이 존재 한다는 사실은 증명을 한 상태이다. 주인공이 할일은 그 영혼을 감지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사후 세계의 존재 유무를 판단하는 일이다.
이 연구소에는 연구원과 관리자, 그리고 자발적으로 실험에 동참하는 죽음을 앞둔 환자들이 함께 생활을 하고 있는데 그 중 가장 중요하고 특이한 인물이 한 명 존재한다. 바로 연주라는 10대 소녀이다. 이 소녀가 중요한 이유는 영혼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연구 끝에 영혼을 감지하는 기계를 만들어 실험을 하게 된다. 암으로 인해 죽어 가는 사람을 관찰하며 영혼이 감지가 되는지를 확인하는 실험으로 영혼을 볼 수 있는 연주와 같은 결과가 나오게 되면 성공이다. 그러나 실험은 실패로 돌아가고 그 원인으로 암 환자의 영혼이 약해서 일거라는 가정을 세우고 강한 영혼이 있을법한 곳을 찾아 연주와 함께 떠난다.
사람들이 많이 죽는, 억울하게 죽어 이승에 발이 묶여있는 귀신이 있을법한 계곡, 산불 피해 현장, 빈집 등을 방문하게 되고 결국 3번째 빈 집에서 연주는 영혼을 발견하게 된다. 이 소설에서의 귀신은 여러장소를 돌아 다니는게 아니라 한 자리에 묶여 있으며 가까이 가야만 보인다고 한다. 영혼 역시 살아 있는 사람이 가까이 와야만 보이고 혹 스쳐지나가는 사람이 있으면 들러붙는다고 한다.
이 강한 영혼을 가진 귀신을 통해 영혼 감지기가 제대로 작동 하는것을 확인하게 되지만 실험 도중 주인공에게 귀신이 들러 붙게된다. 다행히 연주가 귀신을 달래서 성불을 시킨 후 자신의 할머니가 무당이었다는 이야기를 해준다.
이승에 한이 있는 귀신들을 많이 성불 시켰다는 할머니. 항상 귀신들에게 좋은곳으로 갈거라고 말하고 성불을 시켰지만 정작 할머니도 사후세계가 있는지는 몰랐다고 한다. 사후세계, 저승에 대한 궁금증과 죄책감으로 인해 결국 할머니도 죽음 후 귀신이 되어 연주에게 들러붙게 되고 연주는 사흘을 달래서 할머니를 보내 드렸다. 성불하기 전 할머니는 영혼인 본인 상태에 대해 달리는 버스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느낌이라고 말해 준다. 그 후 연주도 할머니가 어디로 갔을지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고 이 연구소의 실험에 참가를 하고 있다고 한다.
연구소로 돌아온 주인공은 영혼이 어디로 가는지 알아보기 위해 계산식을 세우게 되는데 항상 하나가 걸려서 식이 성립이 되지 않는다. 그건 바로 중력의 존재이다. 세상 모든것은 중력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당연히 중력을 포함하여 방정식을 만들었으나 결국 영혼은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중력을 제외하고 만든 식은 완벽하게 맞아 떨어졌으며 드디어 영혼, 사후세계에 대한 비밀이 밝혀진다.
사람이 죽고 난 후 영혼은 사후세계로 가는게 아니라 그 자리에 가만히 있는다. 그런데 왜 영혼이 보이지 않는걸까? 그건 영혼이 떠나는게 아니라 지구가 떠나기 때문이다. 지구는 가만히 있는게 아니다. 매일 하루에 한번씩 자전을 하며 1년에 한번씩 태양 주위를 공전을 하고 태양계는 우리 은하 중심을 기준으로 초속 220km의 속도로 움직이며 우리 은하 또한 우주 중심으로 부터 초속 600km의 속도로 멀어 지고 있다.
즉, 우리 지구가 영혼을 버리고 떠나가 버리는 것이다.
이로써 사후세계는 없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연주와의 대화를 나누며 소설은 마무리 된다.
짧은 소설이지만 참 기발한 생각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한번도 해본적 없는 생각, 역시 상을 받을 만하다고 느꼈다.
이게 바로 내가 SF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이다. 실제 증명된 소재이든 작가의 상상력이든 참 다양한 생각을 하게 해주는게 SF 소설의 매력인것 같다.
이제 2번째 작품을 읽었는데 나머지도 빨리 읽어봐야겠다.
나 처럼 SF를 좋하는 사람에게 강력 추천한다.
PS. 소설 안에서는 사후서계가 없다고 증명하지만 작가 후기에서는 그렇게 버려진 영혼들이 행성의 꼬리처럼 이어져있을거고 억겁의 시간이 지나면서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의 영혼들과 만나 결국 영혼 행성이 만들어 졌을거라는 주장도 있다는 얘기를 해준다. 음 낭만적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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